


중소기업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두산인프라코어에 부과된 3억원대 과징금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두산인프라코어 과징금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정거래위원장 재임 시절 중소기업 기술유용을 근절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첫 적발 사례로 주목받은 바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부(이창형 최한순 홍기만 부장판사)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을 취소하라"며 공정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3억8천200만원 가운데 3억6천200만원을 취소하고 시정명령은 유지하도록 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하도급 업체들에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하도급법상 규정된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고, 이렇게 확보한 도면을 다른 제조업체들에 보내 기술을 유용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에어 컴프레셔'(압축 공기를 분출하는 굴삭기 장착 장비) 납품업체인 이노코퍼레이션에 납품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다른 제조사들에 부품 도면을 전달해 에어 컴프레셔를 개발하도록 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또 냉각수 저장탱크 납품업체인 코스모이앤지가 납품가격을 올려달라고 요구하자 이를 거절하고 냉각수 저장탱크 도면을 다른 사업자에게 전달했다. 다만 도면을 받은 사업자들과 조건이 맞지 않아 실제 거래가 성사되지는 않았다.
이처럼 두산인프라코어가 하도급 업체들의 기술이 담긴 도면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승인도'라는 이름으로 기술자료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업자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협력업체에 기술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데, 이 경우 하도급법에 따라 요구 목적과 비밀유지 방법, 요구일·제공일·제공 방법, 대가, 요구 정당성 입증 등 7가지 사항이 담긴 서면으로 요구해야 한다.
그러나 두산인프라코어는 서면을 제공하지 않은 채 하도급 업체들의 도면을 손에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에어 컴프레셔 도면은 기술자료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냉각수 저장탱크에 대해서는 "다른 사업자가 제품을 개발하지 못해 코스모이앤지가 손해를 보지 않았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산인프라코어의 기술자료 제공 요구, 서면 미교부, 기술자료 유용은 모두 위법하고 비슷한 행위가 반복될 우려가 있는 만큼 재발 방지를 명령한 공정위 조치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두산인프라코어가 협력사 도면을 다른 업체들에 전달한 이후로도 기술자료 유용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고 이를 기준으로 과징금을 정한 것은 잘못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도면을 받은 업체가 이후 에어 컴프레셔를 제작하고 공급한 것은 위법한 결과가 계속되는 것에 불과하다"며 "기술자료 유용 행위가 종료된 시점을 에어 컴프레셔 2017년 7월, 냉각수 저장탱크 같은 해 11월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과징금을 산정할 자료가 없는 만큼 기술자료 유용 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처분을 모두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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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9, 2020 at 05: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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