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고장 나거나 배터리가 충전이 안될 때 ‘벽돌’이 됐다는 표현을 하곤 한다. 5000년 전부터 건축자재로 쓰여오며 지금도 가장 값싼 자재로 사랑받는 벽돌은 건축자재 외에는 쓸모없는 존재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벽을 쌓는 것 외엔 쓸모가 없다고 무시하기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줄리오 다르시 미국 워싱턴대 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평범한 붉은 벽돌을 전기 저장장치로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11일 공개했다.
연구팀은 구멍이 숭숭 난 벽돌 속에 전기가 통하는 고분자인 ‘PEDOT’을 코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벽돌 속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수많은 작은 구멍들이 있는데 이 고분자는 전기를 이들 구멍에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벽돌의 붉은색 성분인 산화철이 PEDOT과 잘 결합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붉은 벽돌이면 전기를 저장할 수 있다. 연구에 쓰인 벽돌은 학교 근처 건축자재 매장에서 하나당 65센트(약 770원)에 산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벽돌 3개를 충전한 뒤 백색 발광다이오드(LED) 전구와 연결했더니 10분간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전기 벽돌을 건물 외벽에 쌓고 태양광 패널과 연결하면 실생활에도 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태양광 패널 한 장과 같은 면적인 벽돌 50개 정도를 연결하면 비상등 하나에 약 5시간 동안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상업 용도로 쓰기엔 저장용량이 작다. 이번에 개발한 벽돌의 에너지 밀도는 리튬이온배터리의 1%에 불과하다. 이는 같은 양의 전기를 저장할 때 100배 더 큰 부피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벽돌은 화학반응으로 전기를 저장하는 배터리가 아닌 전기를 고체에 정전기 형태로 저장하는 커패시터(축전지)다. 배터리보다 충전이 빠르고 수만 회 이상 충전이 가능하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은 게 단점이다. 연구팀은 고분자에 금속 산화물 등을 섞어 용량을 10배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달에서는 벽돌을 전지로 활용하는 방안이 실제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우주국(ESA)은 달의 월면토를 활용해 벽돌을 만들고 여기서 전기를 얻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구 흙보다 많은 열을 저장하는 월면토를 이용해 벽돌을 만들면 14일간 127도까지 오르는 달의 낮 동안 열을 저장하고 이를 발전기와 연결해 전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August 14, 2020 at 05:00AM
https://ift.tt/345bsTw
붉은 벽돌에 전구 달았더니 빛이 '번쩍' - 동아사이언스
https://ift.tt/2MNVnI3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붉은 벽돌에 전구 달았더니 빛이 '번쩍' - 동아사이언스"
Post a Comment